[서평] <제2차세계대전>


<제2차세계대전> 표지 ⓒ교유서가



'제2차 세계대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재산 피해를 낳은 전쟁, 전 세계 인구의 4/5를 끌어 들여 5대양 6대륙에서 벌어진 전쟁, 인류 문명의 지형·질서·사회·문화·경제·기술·정치 등 모든 면을 바꿔버린 전쟁. 정녕 이 전쟁에 붙일 수식어는 끝이 없고 그 수식어들의 어마무시한 면모 또한 끝이 없다. 


그런 만큼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연구와 문헌 또한 끝이 없다. 그중에서 책으로 나와 있는 걸 보면, 세 대작을 뽑을 수 있겠다. 제2차 세계대전사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손색 없는 이 책들은 하나 같이 어마어마한 두께를 자랑하는 일명 벽돌책들인데 존 키건의 <2차세계대전사>(청어람미디어), 게르하르트 L. 와인버그의 <2차세계대전사 1·2·3>(길찾기),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글항아리)이다. 


너무나도 중요한 전쟁사라면 응당 벽돌책이어야 하는 바, 하지만 여기 채 200쪽도 안 되는 분량에 제2차 세계대전의 전부가 응축되어 들어가 있는 책이 있다. 게르하르트 L. 와인버그의 <제2차세계대전>(교유서가)이 그것으로, 이보다 얇은 제2차 세계대전사 책을 찾기 힘들 것이다.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의 일환인 만큼, 입문서용으로 큰 맥락을 훑은 데 적격일 수 있겠다. 


1차대전의 기억 속에 2차대전이 일어난 이유는?


책은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오래된 질문이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제2차'라는 건 '제1차'도 존재했었다는 증거인데, 이미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전쟁의 기억이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에게 생생히 남아 있는 와중에 어떻게 또다른 전쟁이 벌어졌냐는 점이다. 2차대전의 경우, 과정이나 양상보다 원인이 중요할 수 있겠다. 


저자는 아돌프 히틀러가 이끈 국가사회주의당이 1차대전에서 패배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 혼란에 빠진 독일인들에게 '신화'를 주장했다고 말한다. 독일이 전선에서 진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 유대인을 비롯한 체제전복 세력들에 의해 등뒤에서 칼을 맞았다는 것이다. 


1차대전 후 처참한 경제 상황에서 나라의 비전을 제시한 히틀러가 급부상했다는 해석도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등뒤에서 칼을 맞았다는 신화가 당시 독일인들에게 보다 훨씬 더 합리적으로 다가갔을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자기합리화라고 할까. 


그리하여 히틀러의 아리안족 우수혈통 이론에 이은 독일의 세계 정복 비전이 그로 하여금 총통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게끔 하였고, 다시 한 번 전쟁을 일으킴과 동시에 체제전복 세력들의 씨를 말리면 절대 질 수 없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일 게다. 


독일은 왜 패망의 길로 가게 되었는가?


두 번째 오래된 질문이자 중요한 질문은 그런 독일이 반드시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전쟁을 시작한 이후, 얼마 동안은 그런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음에도 어떻게 연합군이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는가? 역으로 독일을 필두로 한 추축국은 왜 패망의 길로 가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전쟁 초기 독일은 정녕 파죽지세였다. 소련과 협상을 맺어 동유럽 쪽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 독일은 북유럽을 전격적으로 침공해 광범위한 승리를 손에 쥐고는 서유럽으로 눈을 돌려 넓게 마지노선을 구축한 당시 전 세계 최고의 육군을 자랑하는 프랑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천금 같은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덩케르크 철수 작전 성공으로 독일은 완벽한 승리 뒤에 패배의 불씨를 남겨두었다. 


저자는 독일의 결정적 패착은 소련과 미국이라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한다. 히틀러는 애초의 전쟁 계획에 기초해 소련을 침공하고 머지 않아 추축국 중 하나인 일본이 미국을 침공하는데, 그가 보기에 소련은 열등한 슬라브인의 나라이고 미국 또한 인종적으로 열등하긴 마찬가지인 나라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독일의 소련 침공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들을 괴롭힌 재앙이었고, 히틀러가 존경해마지 않은 무솔리니가 이끈 또 다른 추축국인 이탈리아의 능력은 함량 미달의 재앙 수준이었으며, 일본이 건드린 세계 최고의 전투력 미국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하여 결국 전쟁을 끝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진정한 재앙이었다. 


위에서 소개한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바이블 중 하나인 <제2차세계대전사>의 저자 존 키건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제2차세계대전의 원인과 경과와 결과를 단 한 권 분량으로 논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완전히는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 이 책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완전히 논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럴 의도가 없지 않았을까. 그야말로 입문용으로 적합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제대로 접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엄청난 양의 문헌이 필요한데, 그걸 독파할 시간도 이유도 없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역사인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런 딜레마에서 우리를 구해줄 훌륭한 구세주와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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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