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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우리에게 일제강점기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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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시백의 <35년>


<35년> 1~3권 세트 ⓒ비아북



고우영 화백의 지극한 작가주의 대하역사만화는 1970~90년대 만화계를 넘어 문화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십팔사략>이 가장 이름이 드높은 듯한데, <삼국지>는 그만의 독특한 해석과 개입이 돋보인다. 그 덕분에 우린 한국사와 중국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었다. 


박시백 화백은 고우영 화백 이후 끊겼던 대하역사만화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달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대표적인데, 무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서술 와중에 자신만의 시선을 유지하였다. 어찌 보면, 철저한 고증과 전달이야말로 진정 견지해야 할 '시선'이 아닐지. 


그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이후 4년 여만에 들고 온 만화는 다름 아닌 <35년>(비아북)이다. 1910년 조선 왕조가 막을 내린 후 1945년까지 35년 간 이어진 일제강점기를 다루었다. 박시백 화백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하고자 하는 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다'를 실천한 결과물이겠다.


우리는 이 책에서 멀지 않은 과거, 혹은 현재까지 고스란히 이어지는 과거, 또는 현재로서의 과거를 볼 수 있다. 이번엔 1, 2, 3권의 일제강점기 초반 15년이 출간되었는데, 임시정부 100주년인 2019년까지 7권 완간을 예정하고 있다 한다. 아마도 그는 이후 6.25전쟁사 또는 한국 현대사를 그려내지 않을까 싶다. 


3.1혁명의 발견


내가 아는 일제강점기는 여전히 '3.1운동'에 머물러 있다. 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제에 항거하고 독립에의 이사와 의지를 세계 만방에 알린 바로 그 날 말이다. 일제강점기 시기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 중 가장 중요한 날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진정한 가치와 영향을 잘 모른다. 다만 많이 들어 봤을 뿐. 


우린 <35년>을 통해 '3.1혁명'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뿐더러, 운동이 아닌 혁명이 된 3.1혁명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비록 이날 독립을 이룩하진 못했지만, 더욱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지만, 일제의 간담을 충분히 서늘하게 하고 이후 독립운동의 양상까지 바꾸었다. 그로 인해 같은 해 임시정부도 세워진다. 이를 단순히 운동이라 칭할 수 있겠는가?


결정적으로 3.1혁명을 일구어낸 이들은 다름 아닌 민중이다. 그들은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게 되었고, 군주제에서 공화정으로의 요구가 잇따랐다고 한다. 비로소 우리 민중은 근대인으로서 한 발 나아가게 된다.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게 아닌가. 


'촛불시위' 따위가 아닌 '촛불혁명'이라 불려야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미시적으로, 그 현상 자체만 놓고 읽는 게 아닌 거시적으로 역사적으로 상황과 맥락을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35년>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심미안과 역사적 맥락 읽기를 보여준다. 3.1혁명의 발견 하나로도 충분하다. 


균형잡힌 항일과 친일 소개


책은 항일과 친일 모두를 균형잡히게 소개한다. 일제의 만행 이상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는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만행, 그리고 그 만행 덕분에 어둠의 시대에 빛의 나날을 보내는 모습까지. 우린 그 모습에서 형용할 수 없는 기시감을 느낀다. 모든 시대에는 빛나는 존재들 때문에 어둠이 드리우는 때가 있는 것이다. 


반면, 어둠의 시대에 진정한 빛을 내는 이들이 있다. 모든 걸 바쳐 일제와 친일의 만행에 항전하고 독립에의 올곧은 길을 걸었던 독립운동가들, 그들이 내는 빛은 결코 어둠을 드리우지 않는다. 다만, 어두울수록 빛을 더 낼 뿐이다. 빛을 내기 위해선 자신의 몸을 한없이 태워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가장 뇌리에 남는 이들은 '의열단'이다.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에서 볼 수 있듯이, 민중이 혁명의 대본영이고 폭력이 혁명의 유일한 무기라며 모든 걸 내던지고 폭력 투쟁에의 길을 갔던 그들. 우린 영화 <아나키스트> <암살> <밀정> 등과 책 <아리랑>을 통해 이들을 접해왔다. <35년>에서 의열단은 가장 중요한 투쟁을 이끈다. 


이밖에 나의 마음을 끌어당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다 열거하지 못해 아쉽다. 책을 보면 소상하게 알려줄 것이고, 부록을 통해 훨씬 더 자세히 설명해줄 것이다. 내년이면 '파리강화회의' '고종 황제 승하' '2.8독립선언' '3.1혁명'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이 책은 그때를 맞춰 완간 예정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란 무엇인지, 일제강점기란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하는 콘텐츠가 되길 바란다. 


35년 1~3권 세트 - 전3권 - 10점
박시백 지음/비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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