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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바링허우 세대,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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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 표지 ⓒ미래의창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세대를 규정짓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는 '58년 개띠' '386 세대'를 지나 '88만원 세대'와 'N포 세대'에 이르렀다. 일본도 마찬가지, '단카이 세대'를 지나 '사토리 세대'가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생소할 수 있다. 중국은 '링허우'라는 말로 50년대부터 최근 9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80년대생을 일컫는 '바링허우'는 특별한 함의를 지닌다. 1980년대 직전, 1978년 10월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을 상징하는 문화대혁명을 부정하고 중국 사회주의의 현대화와 개혁개방정책 노선을 결정한다. 중국사회는 완전한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후 1가구 1자녀 정책 아래 태어난 바링허우들은 '소황제'라 불리며, 나라와 가정의 전과 비교할 수 없는 풍요를 누리며 성장한다. 


한편으론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체제와 사회의 전면적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한다. 50년대 이래 수많은 변화들이 거대한 틀 안에서 행해진 것이었다면, 80년대의 변화는 세상을 뒤엎는 경천동지격의 변화였다. 단도직입적으로 그들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났지만 엄연히 자본주의를 살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그들은 때론 갈팡질팡하며 헤매고 때론 탄력적 선택을 행한다. 


1980년에 태어난 바링허우의 대표적 지식인 중 하나인 양칭샹이 그의 저서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미래의창)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바링허우 세대의 현실이다. 그들은 대부분 실패의 연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고단하게 살아가는데, 저자는 그런 한 세대 전체의 실패를 결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순 없다고 주장한다. 그건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 속 바링허우 세대


'슈퍼차이나' 시대가 도래한 지 이미 꽤 되었다. 2020년이면 세계 경제대국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 또한 이미 오래다. 엄청난 고속성장 시대가 지나고 성장 연착륙이 시작되었다지만 여전히 중국의 성장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다. 중국은 연일 환호하고 전 세계는 중국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앞서 말했듯 그 엄청난 성장의 이면엔 근본부터 뒤바뀌는 변화가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 가운데에 다름 아닌 바링허우가 있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시대를 이끌고 시대를 주름잡는 이들이 있다.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건 '소수'의 그들이 아니다. 소수라고 소외받는 이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이 책이 바라보려 하는 건 '다수'의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다. 변화한 시대를, 변화하고 있는 시대를, 결국 혼란스런 시대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다. 책의 본문은 굉장히 짧은 편인데, 저자는 인문학자답게 사회인문역사적 비평론을 내세워 바링허우 세대를 조명한다. 


우선 자신 또한 바링허우 세대라 규정하고 자신의 피폐하고 어려운 일상을 풀어낸다. 무슨 짓을 하던 절대 살 수 없는 집, 이건 절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과거로 시선을 돌려 바링허우 세대가 역사 허무주의에 빠졌다고 규정한다. 그들에게 역사는 무거운 게 아니라 가벼운 것이다. 


현재로 돌아와 바링허우 작가의 대표주자이자 중국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한한'을 주목한다. 그는 저항의 상징이기도 한데, 저자가 보기에 진정한 자아의식과 힘 있는 정치적 신조의 결핍 때문에 영혼을 뒤흔들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바링허우 세대의 대부분은 '침묵'한다.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현실은 피폐하고, 쉼없는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저항하지 못하고 침묵할 뿐이며, 역사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바링허우 세대를 말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져야 할 세대가 아닌가. 문제도 이런 문제가 없다. 저자의 주장을 들어보자. 


"개인의 실패감과 역사 허무주의, 거짓과 허장성세가 사회와 역사로부터의 일탈의 구실이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실패감을 초월하고 다시금 역사의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강의와 서술, 글쓰기로 그칠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이런 행위들을 현실적인 사회 실천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본문 137~138쪽 중에서)


굉장히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인 주장인듯, 정확히 핵심만 짚어 해야하는 것들을 말한듯, 모호한 결말이긴 하다. 내가 받아들이기엔 이렇다. 규정된 세대론에 갇히지 말고 직접 자신의 세대를 규정하라, 침묵하지 말고 저항하라,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라. 조금은 더 명확해지지 않았나 싶다. 


본문이 끝난 뒤 저자가 직접 바링허우 세대 5명과 각각 시행한 인터뷰가 실려 있다. 책 자체로 보면 다분히 끼워 맞춘 듯한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사실 본문보다 이 인터뷰들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같은 듯 조금씩 다른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 같고 친구의 이야기 같고 우리의 이야기 같다. 


그들은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들의 입을 빌려 말한다. 바링허우 세대에게는 진정한 청춘이 없고, 악세집단이며, 차별의 한 가운데 있으며, 희망이 없으며, 꿈을 꿀 수 없다고 말이다. 와중에 눈에 띄는 건, 잘 나가는 한 바링허우가 자신이 속한 세대가 그 어느 세대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인터뷰였다. 


이것이 현실이다. 대다수가 실패했다고 느끼고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현상, 세대와 세대가 쪼개지는 건 물론이거니와 세대 내에서도 쪼개지고 양극화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다. 어찌할 것인가? 돌고 돌아 저자의 주장이 허무하게만 들리고, 앞은 깜깜하다. 역설적으로, 어떻게든 나 혼자라도 잘 헤쳐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더 굴뚝같아 진다.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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